지난달 21일 잠실구장. 경기가 끝난 뒤 1000여명의 팬들이 한 선수에게 몰려들었다. 주인공은 이날 두산전에서 9회 역전 2점 홈런을 날려 영웅으로 탄생한 롯데 외국인 타자 라이언.
롯데팬들은 구단 버스로 향하는 라이언을 붙잡고 늘어지며 그의 이름을 연신 불러댔다. 경기가 끝난 뒤 그렇게 많은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최근 본 적이 없었다. 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롯데 용병 호세가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뽑아낸 뒤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롯데 팬들이 라이언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롯데의 ‘부족한 2%’를 채워줬기 때문. 시즌 초반 용병 타자 이시온이 골칫거리였던 롯데는 이시온을 퇴출시킨 뒤 대체 용병으로 라이온을 영입해 성공을 거뒀다.
라이온은 시즌 타율 0.296(71타수 21안타) 1홈런 9타점의 쏠쏠한 활약에다 더그아웃 분위기를 띄워주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지난달 11일 그가 팀에 합류한 뒤 17경기에서 롯데는 10승7패의 상승세.
타율 0.342(6위)에 8홈런(13위) 41타점(5위) 등 타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주포 페레즈와 함께 라이언은 롯데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가 용병 타자 2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팀이라면 두산은 용병 투수 2명으로 본전을 뽑고 있다.
왼손투수 레스가 7승(2패), 변화구 투수 키퍼가 6승(4패)을 거둬 팀 전체승리(23승)의 57%를 두 외국인 투수가 따낸 것. 두산-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거쳐 다시 두산으로 컴백한 레스는 평균자책이 4.17이지만 선발등판하기만 하면 팀 방망이가 터지는 ‘러키 가이’다.
‘용병 듀오’가 가장 이상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은 1위 현대. 현대는 한국 야구 2년째인 타자 브룸바가 타율(0.361)과 홈런(19개) 타점(48)의 타격 3개 부문을 휩쓸고 있고 선발투수 피어리도 9경기에서 4승2패 평균자책 3.92의 수준급 성적을 내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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