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미에서 1903년 포드가 자동차회사를 세운 디트로이트는 20세기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포디즘(Fordism)’의 관리방식과 경영시스템은 이내 다른 기업으로, 다른 산업으로, 다른 나라로 수출된다. 포드는 20세기를 ‘미국의 세기’로 만든 주인공이다.
그가 집 창고에서 얼기설기 만든 ‘포드차 1호’를 끌고 나온 게 1896년 초여름.
그리고 그 10여년 뒤 선보인 ‘T형 모델’은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선언했다. ‘말 없는 마차’는 더 이상 부자들의 장난감이 아니었다.
이후 그 어떤 자동차도 T형 포드를 앞지를 수는 없었다. 아무리 달려도 그 앞엔 또 T형 포드가 있었으니. 이 모델은 1927년 단종될 때까지 1800만대가 뿌려진다.
중산층의 우상이자 국민적 영웅이었던 포드. 그는 경영의 천재였고 무자비한 자본가였다.
노동자의 시간과 동작을 중앙 통제하는 컨베이어 시스템은 대량생산체제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12시간 걸리던 차체 제작시간을 1시간반으로 앞당긴다.
1914년에는 노동자의 평균일당을 2.34달러에서 5달러로 두 배 이상 인상했다. 이 혁명적인 조치는 결국 “5달러가 2.34달러보다 훨씬 경제적”임을 입증했다.
그는 노동조합을 극도로 싫어했다. 노조를 막기 위해 구사대를 만들었고 살인과 린치를 마다하지 않았다.
가부장적 노사관계와 ‘족벌경영’은 포드 가문의 오랜 전통이 되었다.
포드에서 쫓겨난 아이아코카는 “포드가(家)는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디트로이트에 자리한 그의 기념관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진다. ‘포드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마침내 자연(自然)을 추월했다. 포드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포디즘의 과속(過速)차량은 때론 달콤하기도 하고 때론 아찔하기도 하다. 우리 시대는 ‘자신의 차는 사랑하지만 타인의 차는 증오하는’ 이율배반의 욕망을 질주하고 있으니.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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