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0시5분 민주노동당 기자실. 출입기자들은 단병호(段炳浩) 의원이 10시에 하기로 돼 있던 택시노동자 분신(焚身) 관련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기자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5분 늦게 나타난 실무자는 “준비가 덜 됐다”며 회견을 11시 반으로 연기했다.
2일 오후 1시반으로 예정됐던 천영세(千永世) 의원단대표의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10분이 지나서야 부대변인이 나타나 “15분 늦어진다”고 일방적으로 알렸다.
이런 일은 민노당에서 거의 매일 반복된다. 공식회의나 브리핑은 이유도, 예고도 없이 마냥 늦어지기 일쑤다. 기자들도 시간엄수 요구를 하다 이젠 포기했다.
민노당의 시간 끌기는 ‘전화 없는 기자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은 총선 이후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운영하겠다며 언론사별 내선전화 설치를 금했다. 대신 당이 전화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50여일이 지났지만 기자실엔 전화기 한 대 놓이지 않았다. 기자들이 항의할 때마다 당은 “2, 3일 안에 된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심지어 민노당측은 6일 당대회 행사장에 기자실 랜선을 양해 없이 가져다 쓴 뒤 7일 “실무자가 출근하지 않았다”며 복구해 놓지 않았다. 기자들이 당직자 사무실로 뛰어다니며 기사를 송고했지만 당직자들은 별로 미안한 기색이 없다.
어느 날은 출근해 보니 기자실이 ‘공사 중’이었다. 열흘 넘게 기자들은 공사로 인한 소음과 화학약품 냄새, 유독성 먼지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물론 이때도 아무런 예고나 양해가 없었다.
개혁이니 진보니 거창한 구호도 좋지만, 기본적인 시간약속이나 인간적 예의조차 소홀히 하는 것이 공당의 자세일 수는 없다. 그러면서 거창한 대국민 정책을 매일같이 쏟아낸다고 해서 국민이 신뢰를 보낼까.
오죽하면 민노당 기관지까지 최근 “회의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간다”며 실천이 부족한 당의 행태를 질타하고 있다. 당 안팎의 커져가는 비판의 목소리들을 새 지도부는 되새겨 보기 바란다.
윤종구 정치부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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