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遷都한다면서 국회건물 새로 짓나

  • 입력 2004년 6월 14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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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의사당 경내에 880억원의 예산이 드는 새 건물을 짓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단순한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까지 다 옮겨가는 사실상의 천도(遷都)인 마당에 막대한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것이다.

국회가 부족한 입법 활동 공간을 늘리는 일을 탓할 수는 없다. 더욱이 이 건물은 여권이 수도 이전을 대선공약으로 내걸기 전 착공됐다고 한다. 아직 입법부 이전에 대한 국회 동의가 없어 진행 중인 공사를 당장 중단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신행정수도 특별법은 ‘국회 등 헌법기관 이전시 국회 동의’를 명문화하고 있다.

새 국회 건물은 2007년 말 완공예정이라고 한다. 2014년에 수도가 이전될 경우 7년만 사용하면 별 쓸모가 없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한두 가지겠느냐는 점이다. 예컨대 지금 곳곳에서 진행되는 ‘서울 가꾸기’만 해도 서울이 수도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공공사업은 물론 민간사업 중에도 막상 수도가 옮겨가고 나면 용도폐기될 것들이 적지 않을지 모른다. 대신 서울의 사업체는 새 수도에 별도의 연락사무소를 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정부는 수도 이전을 추진하면서 이런 국가적 낭비와 비효율적인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마치 정해진 ‘정치적 일정표’라도 있듯이 밀어붙여서야 되겠는가.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수도 이전은 돌이키기 힘든 국가적 손실이 될 수 있다. 집권측은 수도 이전에 대한 찬반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 3명 중 2명이 국민투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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