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850년 영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마호가니 상자에 담긴 어른 키 높이의 주름상자식 대형 카메라. 1850년부터 1990년까지 카메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 희귀 카메라만 700여점에 이르지만 “아직 세계 최초라 할 수 있는 1839년산 프랑스제 카메라를 구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국산 카메라로는 1930, 40년대에 만들어져 70년대까지 사용된 사진관용 ‘남대문 표’ 카메라가 가장 오래된 것이다.
연도별 종류별로 천차만별인 수집품에는 수집가의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선 용도별로 수중, 군용, 항공촬영용, 보도사진용, 첩보원용, 스튜디오 전용 카메라들이 망라돼 있다. 이 중 첩보원용 손목시계 카메라나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지포라이터 카메라는 실물로 만나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제조업체는 라이카 니콘 미놀타 캐논 등으로 다양하고, 가격대 또한 200만∼300만원대는 물론 고급 승용차 한 대 값에 이를 정도로 폭 넓다. 제조국도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러시아 라트비아 폴란드 헝가리 체코에 걸쳐 있다.
수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1938년산인 영국제 ‘콤파스’. 카메라 대중화 이전 시기에 나왔으면서도 담뱃갑 3분의 2 크기에 오늘날 카메라의 기능 대부분을 담은 기술력이 놀랍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년반 수소문 끝에 영국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낙찰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70평 규모의 카메라 박물관(02-874-8743)을 열었다. 수집품을 유리진열대에 가득 전시하고 관람객들이 카메라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10월 15일까지 여는 ‘세계 역사적인 카메라’전에는 앤티크 카메라 700여점과 렌즈, 액세서리, 유리건판 필름사진 등이 출품된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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