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의 출신배경이 널리 알려진 데 비해 자르카위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현상금 포스터에조차 키와 몸무게를 ‘미상(unknown)’이라고 해놨을 정도다. 1966년 요르단의 가난한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모를 여의었으며 고교를 중퇴했다는 것 등이 고작이다. 빈 라덴과 협력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엇갈린다. 오히려 빈 라덴의 리더십에 도전한다는 얘기도 있다. CNN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고독한 늑대’다. 알 카에다와 떨어져 독자 활동하되 중동과 아시아 유럽까지 신출귀몰 휘저으며 테러를 자행해서다.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한 구소련에 맞서 지하드(성전·聖戰)에 뛰어들었지만 지금 자르카위의 적은 미국, 그리고 민주주의다.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는 민주주의는 유일신에 대한 인간의 복종을 강조한 이슬람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게 극단주의의 논리다. 부정부패와 극심한 빈부격차, 청년실업 등 아랍세계의 문제는 모두 미국이라는 적에 투사된다. 지난달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를 참수하며 그는 “신의 종교를 향한 분노는 어디에 있느냐”고 외쳤으나 그 야만적 행위에 세계가 분노한 점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했다.
▷상황이 혁명적으로 전개될수록 과격성향이 세를 얻는다고 했다. 프랑스혁명기에 온건 지롱드당 아닌 급진 자코뱅당이, 러시아혁명기에 멘셰비키 아닌 볼셰비키가 승리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과격한 테러리스트 자르카위의 잔인무도함은 세계인이, 이라크를 도우려는 한국인이 무슬림에 대해 보였던 일말의 지지와 연민마저 돌아서게 만들까 두렵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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