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알 자르카위

  • 입력 2004년 6월 22일 18시 41분


“이라크와 알 카에다 사이엔 고전적 테러조직과 현대적 살인기법의 사악한 연계가 있다. 그 연계에서 중심역할을 하는 자가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초 유엔에서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자르카위를 언급했다. 과격 이슬람 테러조직의 지도자가 국제무대에서 첫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이었다. 이라크와 알 카에다가 연관됐다는 이 주장은 지난주 미국의회의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에 의해 공식 부인됐다. 하지만 자르카위의 악명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선일씨를 납치해 살해위협하는 테러조직을 그가 지휘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출신배경이 널리 알려진 데 비해 자르카위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현상금 포스터에조차 키와 몸무게를 ‘미상(unknown)’이라고 해놨을 정도다. 1966년 요르단의 가난한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모를 여의었으며 고교를 중퇴했다는 것 등이 고작이다. 빈 라덴과 협력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엇갈린다. 오히려 빈 라덴의 리더십에 도전한다는 얘기도 있다. CNN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고독한 늑대’다. 알 카에다와 떨어져 독자 활동하되 중동과 아시아 유럽까지 신출귀몰 휘저으며 테러를 자행해서다.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한 구소련에 맞서 지하드(성전·聖戰)에 뛰어들었지만 지금 자르카위의 적은 미국, 그리고 민주주의다.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는 민주주의는 유일신에 대한 인간의 복종을 강조한 이슬람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게 극단주의의 논리다. 부정부패와 극심한 빈부격차, 청년실업 등 아랍세계의 문제는 모두 미국이라는 적에 투사된다. 지난달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를 참수하며 그는 “신의 종교를 향한 분노는 어디에 있느냐”고 외쳤으나 그 야만적 행위에 세계가 분노한 점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했다.

▷상황이 혁명적으로 전개될수록 과격성향이 세를 얻는다고 했다. 프랑스혁명기에 온건 지롱드당 아닌 급진 자코뱅당이, 러시아혁명기에 멘셰비키 아닌 볼셰비키가 승리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과격한 테러리스트 자르카위의 잔인무도함은 세계인이, 이라크를 도우려는 한국인이 무슬림에 대해 보였던 일말의 지지와 연민마저 돌아서게 만들까 두렵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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