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것이 ‘국민의 국회’란 말인가

  • 입력 2004년 6월 22일 18시 41분


노무현 대통령은 7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이번 국회는 “진정한 국민의 국회”라고 치켜세웠다. 제헌 이래 “왜곡된 민의로 선출된 국회”가 주류를 이뤘으나 4·19 이후의 5대, 6월항쟁 뒤의 13대, 그리고 이번 17대 국회만이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된 국회”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문을 연 지 25일이 지나도록 원(院) 구성 하나 못해 산적한 국정 현안을 손도 못 대고 있는 국회가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여야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싸움은 이제 신물이 날 정도다. 국민이 이슬람 무장단체에 납치돼 참수 위협을 당하고 있는데도, 수도 이전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데도, 경제난의 주름살이 갈수록 깊어 가는데도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이게 무슨 국민의 국회인가. 운영위원장, 법사위원장 자리가 그렇게 중하단 말인가.

여야가 ‘새로운 정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이 지난달 3일이다. “상생(相生)의 새 정치를 반드시 실천한다”는 뜻에서 ‘합의’가 아닌 ‘협약’이라고 했다. 그 협약이 지금 지켜지고 있는가. 여당이 시급한 경제, 민생 관련 법안 24개를 개원 즉시 처리하겠다고 한 약속은 또 어떻게 됐는가.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모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김원기 국회의장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통고한 시한대로 21일까지 여야가 원 구성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면 의장 직권으로라도 상임위원을 선임해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여야가 상임위 구성 법정시한(7일)을 보름이나 넘기는 위법을 저지르고 있는데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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