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볼 때 여성은 전체 노동력의 약 40%를 차지한다. 관리직의 경우만 본다면 약 20%가 여성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관리직에서 여성의 비중은 5∼6%에 불과하다. 일본 11%, 싱가포르 22%, 네덜란드 23%, 독일 26%, 영국 33%, 뉴질랜드 37%, 미국 43% 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 기업의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그만큼 견고하다는 것이다. 유리천장이란 여성이 관리직, 또는 상위 관리직으로 진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무형의 장벽을 가리킨다.
저자들은 한국기업에서의 여성 관리직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각 기업의 여성고용 현황과 인사원칙 등을 조사하고, 관리직에 있는 여성들에 대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여성이 상위 관리직으로 진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일반적 저해 요인으로 여성의 경험 부족, 경력 형성 기회의 제약, 경영 핵심의 남성 중심적 네트워크, 성차별적 관행과 명목상의 성차별 폐지 등을 지적했다.
그런데 유리천장의 문제는 곧 유리벽(Glass Wall) 현상과 연관된다. 피라미드식 조직의 대기업에서 경력 형성의 전형적 특징은 비전략적 부서에서 전략적 부서로의 수평적 이동을 통해 핵심 경영관리직으로의 상향이동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이런 전형적 경력 형성 경로에서 여성들은 우선 수평이동부터 제약을 받게 된다. 이를 ‘유리벽’ 현상이라고 부른다.
저자들은 “여성이 제품개발이나 마케팅 등 기업조직 내에서의 전략적 부문으로 수평이동을 하지 못한다면 핵심 경영관리직으로의 상향이동도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유리벽은 유리천장을 초래하는 일차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들은 유리천장과 유리벽을 없애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성 평등을 구현하고자 하는 기업체의 체계적인 인적자원 관리전략”을 제시한다. 이 전략의 핵심은 “능력과 전문성에 기초해 편견 없이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적 차별이 없다고 해서 견고한 유리천장과 유리벽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여성의 네트워킹이나 정보 수집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가 만연하다면 유리천장이 깨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성차별적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에게 회사 안팎에서 미래의 승진을 위해 기업 운영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고, 남성만의 네트워크가 공유하는 기본적 정보를 여성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유리천장과 유리벽 깨기는 여성에 대한 배려의 차원이 아니라 여성인력의 성공적 활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생존전략임을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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