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2002년 6월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터키와의 월드컵 3, 4위전이 벌어졌던 2년 전 오늘 돌발적으로 터진 서해교전이 그 이유다. 오전 10시25분경 서해 연평도 부근 북방한계선(NLL) 남쪽 3마일 해상에서 벌어진 남북 해군 함정간의 교전으로 우리 장병 6명이 산화했다. “바다는 우리가 지킬 테니 국민 여러분은 월드컵 응원이나 열심히 하라”던 믿음직한 우리 젊은이들이었다.
▷고(故) 윤영하 소령(정장),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6월의 짙푸른 바다 위에 흩어진 꽃 같은 청춘들을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6월이 되면 모두들 월드컵과 여중생 사건만 기억하는 것 같아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저와 한솥밥을 먹던 이 나라 영웅들께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정장님, 대원들, 이 못난 부정장을 용서하소서.” 당시 치열했던 교전에서 한 쪽 다리를 잃은 이희완 대위(부정장)가 지난해 6월 인터넷에 남긴 글이다. 정말로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은 이 대위인가, 아니면 호국영령을 너무 쉽게 잊는 무심한 세태인가.
▷“너무 보고 싶다. 오빠, 사랑해!!!”(ID ‘동생’) “너 안 잊을게. 아니, 못 잊을 거야. 고마워. 보고 싶다, 영하야.”(ID ‘효’) 고 한상국 중사의 미망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서해교전 전사자 추모본부’에는 숨진 장병들을 그리워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 있다. 하나하나가 읽는 이의 가슴에 아릿한 멍울을 남기는 글들이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이 정녕 이렇게 지나가야 하는가.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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