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후배와 저는 요즘 TV의 오락프로그램에 얼굴을 자주 비치며 영화 얘기를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매일 같이 붙어 다니며 각종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만나 밤이나 돼 헤어지는 빡빡한 스케줄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배우에게는 영화 촬영하는 것보다 더 바쁘고 힘든 때가 개봉을 앞두고 홍보하러 다니는 시기입니다. 개봉에 앞서 각종 TV 프로그램 출연과 영화전문 월간지, 주간지, 그리고 종합 일간지, 스포츠신문, 인터넷까지 40∼50개 매체에 인터뷰나 출연을 한 적도 있습니다.
매체의 성격에 맞는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은 뒤 이어지는 비슷한 질문에 웃음과 매너를 잃지 않으며 성실하게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좀 거칠게 말해 입에서 단내가 날 때도 있습니다. 또 하도 말을 많이 하다보면 ‘입이 아프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정도입니다. 목은 잠기고 에너지는 점점 소진되고….
정말 그 ‘인터뷰’란 것은 짧은 시간에 많이 하기엔 참으로 지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건성으로, 관성으로 기자의 질문에 답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듭니다. 그 인터뷰를 보고, 읽고, 들을 수백만 아니 어쩌면 수천만명의 관객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직접 만날 수 없는 많은 관객과 소통하게 해 줍니다. 저를 사랑해 주는, 또는 사랑해 줄 수 있는 관객들 앞에서 저의 영화 얘기, 사는 얘기를 들려드릴 때면 솔직히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주목받는 직업이라 작은 말 실수 하나가 자칫 엄청난 물의를 일으킬 수도 있기에 항상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세워야 합니다.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많이 하고난 뒤 ‘기’가 쏘옥 빠져 며칠간 무기력하게 비실비실 댄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배우들은 영화가 개봉되면 여행을 떠나거나 한동안 연락을 끊고 충전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사실 요즘 저로선 좀 지친 상태이긴 하지만 저와 저의 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관객들이 계시는 한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항상 과분한 사랑을 받는 배우로서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하기에 힘이 부쳐도 즐거움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관객과 소통하지 못하는 배우는 외로울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전…, 사실 외로운 예술가 타입은 아니거든요.
moviejhp@hanmail.net
구독
구독 130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