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비처 기소권 안갖는 것 당연하다

  • 입력 2004년 6월 29일 18시 34분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고위공직자의 부패청산은 시대적 요청이고 국민적 요구다. 권력형 부패청산을 위해서라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비처)든, 특별검사든,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기구인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설치되는 수사기관이 과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정부 여당의 구상대로라면 공비처는 권력층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막강한 수사기관이 될 것 같다. 기소권 부여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반(反)부패기관회의에서 “기소권은 갖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 일단 기소권을 주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잘된 일이다. 공비처가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되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견제를 받음으로써 권한 남용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차례 발동된 특별검사는 기소권을 가졌지만 대통령으로부터 완전 독립됐기 때문에 대통령 측근과 권력층의 비리를 파헤칠 수 있었다. 대통령 직속기구에 기소권까지 부여할 바에는 재야법조에서 주장하는 대로 특검 상설화를 통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은 조직 이기주의 차원에서 반발하기 이전에 왜 공비처 논의가 생겼는지에 대해 겸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부실 시비가 그치지 않았다. 수사 및 기소권한이 집중된 검찰의 부패와 권한 남용에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가 높다.

다만 공비처가 대선자금 수사로 정치권의 미운 털이 박힌 검찰의 힘을 빼는 차원에서 논의돼서는 결코 안 된다. 공비처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틀과 원칙 안에서 권력층의 비리를 도려내는 수사기관이 되도록 각계의 논의를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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