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와 정보력 부재 등 국가시스템의 문제가 불거진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결점들도 동시에 표출됐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르는 국민적 대응과 인터넷의 폐해, 네티즌들의 편견 등이 그것이다.
김씨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국내에 알려진 지난달 23일 전국은 충격과 함께 애도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러나 며칠 후 김씨의 유가족이 정부에 50억원의 보상금을 요구했다는 헛소문과 함께 유족들의 숨기고 싶은 가족사가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추모의 분위기는 반전됐다.
애도의 분위기는 간데없고 갑자기 유족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뒤덮었다. 하루 1000명이 넘던 조문객이 지난달 29일에는 400명으로 줄었다.
한 유족은 “어떻게 네티즌들이 아픈 가족사까지 들먹이며 유족들을 매도할 수 있느냐”며 분개하기도 했다.
일부 단체와 종파에서는 이번 사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여 김씨의 죽음을 또 한번 일그러지게 했다.
A교회 신자라고 밝힌 유족측 변호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교회를 세우길 바랐던 부친의 뜻에 따라 충분한 보상이 필요했지만 정부측과의 협상이 결렬돼 소송을 진행시킬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종교적인 추모사업은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국민의 세금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한다는 발상은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또 김씨의 죽음을 추모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파병 반대를 외치던 시민·노동단체들도 시민장을 치르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독교식 장례로 결정되자 영결식장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매일 촛불집회를 열고 지난달 26일 김씨의 시신이 부산시립의료원에 도착했을 때는 조문하겠다며 수백명이 몰려와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던 그들이었다.
김씨 사건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이런 문제점들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 아닐까.
석동빈 사회2부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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