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채(鄭東采)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이 장관 임명 전인 지난달 중순경 대학교수 임용과 관련한 인사 청탁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1일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성균관대 예술학부 정진수(鄭鎭守) 교수는 이날 “지난달 18일 오지철(吳志哲) 문화부 차관이 정치 사이트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의 부인 A씨의 교수 임용을 청탁했다”며 “A씨를 만나 물어본 결과 남편 서씨가 차기 문화부 장관으로 내정돼 있는 정동채 의원에게 부탁을 했고, 정 의원이 오 차관을 시켜 나에게 청탁했음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진정서를 지난달 2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개설된 ‘인터넷 신문고’에 비공개로 접수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1일 “서씨는 그런 부탁을 받을 만한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고, 오 차관과는 최근 몇 달 간 전화 통화를 한 일도 없다”며 “해명할 필요조차 없는 완벽한 명예훼손 사안이자 픽션”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정 교수와 이 사건을 보도한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씨도 ‘서프라이즈’ 고정칼럼을 통해 “정 장관에게 아내의 교수 임용 청탁을 한 일이 없다”며 “아내에게 물어보니 정 교수가 교수 임용에 결정권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오 차관에게 추천을 부탁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오 차관은 “지난해 가을부터 문화중심도시 조성 기획단에 참여해 알게 된 A씨에게서 부탁을 받고 정 교수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했던 것”이라며 “A씨가 부탁을 할 때 남편 서씨가 정 장관을 안다는 얘기를 듣고 정 교수에게 전한 적은 있지만, 정 장관은 이번 일과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철저히 조사해서 사실 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그에 근거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오 차관은 이날 오후 사표를 제출했으며 노 대통령은 곧 이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정 교수가 지난달 25일 접수한 민원이 중요 사안이었는데도 민원제안비서관실에서 별도 보고를 하지 않은 점, 지난달 28일 e메일을 통해 이를 전달받은 사정비서관실이 1일까지 민원 내용을 확인조차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자체 조사를 벌여 책임을 묻기로 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정진수 교수 일문일답 "A씨, 남편과 아는 鄭장관 통했다 밝혀"
성균관대 예술학부 정진수 주임교수는 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전통찻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과 A씨와 주고받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정 교수는 “오 차관에게 개인적으로 미안하지만 한 나라의 장관이 차관을 시켜 인사 청탁을 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오 차관과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
“오 차관은 공적인 일로 3, 4번 만난 적이 있다. 오 차관은 지난달 17일 오전 8시경 전화를 걸어 ‘정 교수 학교 전임강사 공채에 응시한 A씨를 잘 봐 달라’고 했다. 내가 ‘이런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고 했고 다음날 오후 4시경 종로구 삼청동 모 카페에서 차관을 만났다.”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그는 우리 학과 전임강사에 지원한 A씨를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 A씨를 잘 아느냐고 물었더니 오 차관은 ‘내가 아니라 후임 문화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동채 의원의 부탁’이라 했다. ‘정 의원이 문화부 내에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를 잘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관이 바뀌면 차관도 바뀌지 않느냐고 하자 오 차관은 ‘정 의원이 문광위 소속이긴 하지만 처음엔 문화부 업무파악 시간이 필요하니 당분간은 내가 모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정 의원이 만나는 자리를 주선하겠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정말 정 의원이 오 차관에게 부탁했는지, 오 차관이 (장관의 이름을 팔며) 부탁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진정서를 비공개로 접수시켰다가 30일에 왜 다시 공개했는가.
“지난달 25일 비공개로 접수시킨 다음 청와대나 당사자측에서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30일 정 의원이 전격 장관으로 임명됐다는 뉴스를 듣고 진정서를 공개하게 됐다.”
―A씨와는 어떤 이야기를 했는가.
“오 차관과 만나고 난 다음날 A씨에게서 연락이 와서 대학로 모 카페에서 40여분간 만났다. 오 차관과 잘 아는 사이냐고 물었더니 A씨는 ‘정동채 의원을 통해 오 차관에게 부탁한 것이고 정 의원은 남편과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A씨의 남편은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를 했었고 현재 서프라이즈 대표로 있는 서영석씨라며 요즘 남편이 사업 확장 때문에 아주 바쁘다고 했다. 서영석이라고 해서 경실련에서 일한 서경석 목사인가, 형제간인가 했다. A씨는 남편 자랑을 한참 했다.”
―A씨는 정 교수가 먼저 전화 걸었다는데….
“나는 그 사람 전화번호도 모른다.”
―24일 학과 발표 평가 날 청탁이 심사에 영향을 주었나?
“물론 영향이 있었다. 최대한 나쁘게 줬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청탁대상 A씨 반박 "남편에게도 부탁 안해...鄭교수 추측일 뿐"
교수 임용 청탁 대상자로 알려진 A씨(45)는 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이 열린우리당 정동채 의원의 부탁으로 임용 청탁을 해왔다’는 정 교수의 주장에 대해 A씨는 “나는 정 의원이나 남편(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에게 부탁한 적이 없으며 모든 것은 정 교수의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A씨는 “문화부의 문화도시조성 추진기획단 전문위원을 맡으면서 오 차관과 알게 됐고, 오 차관이 정 교수와 잘 아는 사이인 것 같아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이나 건네 달라’고 가볍게 부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A씨가 ‘정 의원을 통해 오 차관에게 부탁했으며 남편이 정 의원과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A씨는 “정 교수가 오 차관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여러 사람이 (당신의 임용을) 부탁한다는데 누구에게 부탁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A씨는 정 교수의 물음에 “10여년간 교수 임용이 안 되니 여러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고만 답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남편 서씨와 정 의원의 관계에 대해 “남편과 정 의원이 과거 출입처 기자와 국회의원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며 “오 차관도 배경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 교수에게 그런 관계를 밝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아마 오 차관이 부탁을 하고 남편이 누구인지 알게 되니까 정 교수가 인사 청탁이라고 지레 짐작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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