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885년 파스퇴르 ‘광견병 백신’ 접종

  • 입력 2004년 7월 5일 18시 17분


“광견병(狂犬病)의 특효약은 민물가재다!”

서양 약학의 시조(始祖)라 할 고대 그리스의 갈레노스. 그는 민물가재를 산채로 볶아 ‘애쉬리온’이라는 광견병 치료제를 만들었다.

그의 생각은 이랬다. “광견병 환자는 극도로 물을 싫어한다. 그것은 ‘건(乾)’하다. 반면 물에서 사는 민물가재는 ‘습(濕)’하다….”

‘애쉬리온’은 파스퇴르가 광견병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예방백신을 개발하기까지 무려 1500년 동안 처방되었다.

그러나 1885년 7월 막상 미친개에게 물린 어린이가 “살려 달라”며 파스퇴르를 찾아왔을 때 그 자신도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백신은 동물실험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전자현미경으로나 확인할 수 있는 광견병 바이러스는 그 당시 단지 ‘개연성’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이 무모한 생체실험(?)은 다행히 성공했다.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

인류의 역사에서 그만큼, 그의 학문적 진전보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없었다.

그는 탄저병 패혈병 산욕열 등의 병원체를 발견했고, ‘제너의 종두법’ 이래 숙제였던 예방백신의 일반화를 이뤄냈다.

우유의 저온살균법은 ‘파스퇴라이제이션(pasteurization)’이라고 불린다. 페니실린도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신의 저주’가 아니라 세균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입증했다.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미시(微視)의 세계가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는 전쟁터다!”

그의 연구에 대한 헌신과 희생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뇌출혈과 발작, 그리고 반신불수에 가까운 마비증세에도 그는 ‘해마다 건강한 아이를 출산해내는 산모’와도 같이 놀라운 업적을 쏟아냈다.

괴짜 과학자의 에피소드가 되어버린 “결혼식날에도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는 얘기는 그 자신의 실화다.

그의 공적은 사후에도 이어진다.

1886년 설립돼 그가 초대소장을 지냈던 ‘파스퇴르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를 8차례나 배출했다. B형 간염백신을 처음 개발했고 에이즈 바이러스를 찾아냈다.

프랑스에서 파스퇴르에 대한 존경심은 숭배에 가깝다. 프랑스에는 무정부주의자도 있고 공산주의자도 있고 니힐리스트도 있지만 ‘반(反)파스퇴르주의자’는 없다고 한다.

“파스퇴르에 반하는 것은 애국심에 반하는 것이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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