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는 4일 남북 합영기업인 평화자동차가 평양에서 남북한 프로암 골프대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 김정일(金正日·사진) 국방위원장의 골프 솜씨를 신랄히 풍자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박세리 박지은 송아리 등 미국 LPGA에서 뛰는 우수선수들을 배출한 골프강국 한국과는 달리 북한은 골프 전통은 별로 내세울 것이 없지만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골퍼를 보유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뉴욕 타임스는 “세계 최우수 골퍼는 다름 아닌 북한 독재자 김정일”이라면서 “북한 언론에 따르면 그는 정기적으로 골프를 하며 한 라운드에 서너 번씩 홀인원을 한다”고 꼬집었다.
북한 언론은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라운딩한 1994년 첫 홀에서 이글을 잡고 이후 5개 홀에서 홀인원을 해 모두 34타, 즉 38언더파를 기록했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국 프로골프 역사상 최저타수 59타에 비해서도 훨씬 적은 점수다.
이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18홀이 아닌 9홀의 점수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김 위원장의 라운딩을 수행했던 17명의 경호원에 의해 18홀 점수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뉴욕 타임스는 비웃었다. 뉴욕 타임스는 “김 위원장이 미PGA 대회에 참가하기만 하면 수백만달러를 모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국제수지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그러나 PGA 대회에 참가하려면 장기간 해외에 체류해야 하는데 북한 주민들이 그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비꼬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기사가 이미 10년 전 호주 파이낸셜 리뷰가 보도했던 것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5일 연합뉴스는 1994년 9월 14일자 파이낸셜 리뷰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은 골프장에서도 영웅이어야 한다’면서 이번 뉴욕 타임스와 유사한 내용을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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