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시름 벗고 풍덩! 추리소설 속으로

  • 입력 2004년 7월 9일 17시 31분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거리의 신비와 우울’(1914년). 원근법을 그로테스크하게 사용한 데 키리코의 그림은 많은 추리소설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거리의 신비와 우울’(1914년). 원근법을 그로테스크하게 사용한 데 키리코의 그림은 많은 추리소설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추리소설은 이제 더 이상 ‘특정 장르’로 한정하기 힘들다. 수많은 소설이 추리소설 기법으로 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소설의 추리소설로의 전환이건 추리소설의 영역 확장이건 결과는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에 발간된 소설들 중에는 특히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인문교양 소설들이 많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이들 작품은 추리소설의 재미와 지적 흥분을 함께 안겨주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추리소설이라 할 만하다.

‘다빈치 코드’는 루브르 박물관장을 살해한 범인을 쫓는 긴장감과 피살자가 남긴 의문의 암호를 풀어가는 지적 흥분을 함께 불러일으킨다. 겉으로는 추리소설과 스릴러의 형식이지만 내부는 기호학과 도상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서구문화에 숨겨진 반기독교적 전통을 추적한다.

유럽을 무대로 한 ‘다빈치 코드’가 반로마가톨릭교적 코드를 지녔다면 미국을 무대로 한 ‘단테 클럽’(전2권)은 청교도적 보수주의를 겨냥한다. 19세기 미국 보스턴을 무대로 시인 롱펠로를 비롯한 일단의 문인들이 단테의 ‘신곡’ 번역에 착수한 뒤 잇달아 발생하는 연쇄살인사건. 그 사건의 배후에는 청교도적 지식인들이 숨어 있다.

‘자본론’의 저자 카를 마르크스와 같은 이름의 작가가 쓴 ‘자본론 범죄’는 지난해 출간된 ‘애덤 스미스 구하기’의 쌍생아다. ‘애덤 스미스 구하기’가 빙의(憑依)를 통해 부활한 애덤 스미스를 죽이려는 범죄자와의 대결을 통해 그의 사상의 정수를 소개한다면, ‘자본론 범죄’는 영생(永生)을 얻은 마르크스의 일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의 사상을 재구성한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다른 장르의 묘미가 가미돼 맛이 깊어진 정통 추리소설도 적지 않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로 유명한 ‘사이코’와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태양은 가득히’는 모두 추리소설이 원작이다. 이 작품들은 다중인격과 완전범죄라는 이색소재로 현대사회를 새롭게 조명한 심리소설 또는 사회소설로 읽힐 수 있다.

세계 3대 추리소설의 하나로 꼽히는 ‘환상의 여인’은 하루하루 다가오는 사형집행일 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줄 여인을 찾는 남자주인공의 심리적 압박감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특별요리’는 일상의 공포와 추리소설을 결합한 단편들로 채워져 있어 여름의 더위를 쫓기에 적격이다. 미국 법조계의 문제점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고발한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도 추천할 만하다. (도움말=정태원 추리작가협회 이사)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추리소설의 틀을 벗어난 추리소설

제목저자출판사
환상의 여인윌리엄 아이리시해문출판사
사이코로버트 블록해문출판사
태양은 가득히페트리시아 하이스미스동서문화사
특별요리스탠리 엘린동서문화사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존 그리샴시공사
지푸라기 여자카트린 아를레이동서문화사
에드윈 두르두의 비밀찰스 디킨스찬섬
죽음의 키스아이라 레빈해문출판사
암호 미스터리 걸작선O 헨리 외국일미디어
노란방의 수수께끼가스통 르루국일미디어

추리소설 형식의 인문소설

제목저자출판사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베텔스만
단테클럽 1, 2매튜 펄황금가지
자본론 범죄카를 마르크스생각의 나무
애덤 스미스 구하기조너선 와이트생각의 나무
내 이름은 빨강오르한 파묵민음사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열린책들
푸코의 진자움베르토 에코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영원한 제국이이화세계사
헤르메스의 기둥송대방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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