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치영/언제쯤 경제에 ‘올인’할까

  • 입력 2004년 7월 9일 19시 01분


“다른 나라들은 저만큼 뛰어가는데 우리는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느낌입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최근의 국내외 경제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주요 경쟁국들은 국부(國富) 증진의 뚜렷한 목표 아래 달려가는데 한국만 어두운 터널 속으로 점점 깊숙이 빠져들어 가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불안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전 세계 주요 민간 경제분석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모아 발표하는 미국 ‘컨센서스 이코노믹스’의 6월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국내외 17개 경제전문기관의 전망치를 종합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5월 5.6%에서 지난달 5.5%로 떨어졌다.

외국과 비교하면 더 한숨이 나온다. 주요국 가운데 성장률이 5월보다 낮아진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1990년대 초부터의 불황으로 ‘10년을 잃어버렸다’는 일본의 올해 전망치는 3.2%에서 4.1%로 높아졌다. 긴축정책을 쓰는 중국도 8.6%에서 8.7%로 상향조정됐다.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다른 경쟁국도 모두 전망치가 높아졌다.

더 큰 문제는 7월에 나올 한국의 전망치는 6월보다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최근 씨티그룹과 LG경제연구원은 연간 전망치를 종전보다 각각 1.3%포인트와 0.6%포인트 낮춰 발표했다. 한국만 세계적 성장세에서 벗어나 ‘한 단계 낮은 국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한국경제가 연말쯤 다시 침체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다.”(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

“내수침체가 심각한 데다 수출 증가세마저 꺾일 것으로 보여 경기 하강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

민간 전문가들이 더 걱정하는 것은 나라 전체가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논란에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과 분배 논란에 이어 대기업정책과 수도 이전을 둘러싼 갈등과 소용돌이….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의 경고를 들어 보자. “지금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명분’과 ‘개혁’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국력을 쏟아 내수 살리기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만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신치영 경제부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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