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는 수명이 짧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선수들에게 밀리기 마련. 미국프로골프(PGA)가 시니어투어(만 50세 이상)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10대 후반부터 20대 사이에 가장 왕성한 경기력을 발휘하는 여자프로골프에서 40대는 ‘환갑’에 가까운 나이. 그런 면에서 멕 말론(41·미국)의 2주 연속 우승은 ‘노장 만세’를 넘어 ‘인간 승리’라고까지 할 수 있다.
1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폴스 레전드GC 배틀필드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캐나다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 최종 4라운드.
말론은 베스 대니얼(48·미국)의 추격을 4타차로 따돌리고 대회 최소타 타이기록인 18언더파 270타로 통산 17승째를 거뒀다. 1주일 전 13년 만에 US여자오픈 정상을 탈환한 이후 2주 연속 우승. 말론은 “투어생활 18년 동안 최고의 2주간이었다. 나도 믿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1983년 미시간주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낸 말론은 ‘황금곰’ 잭 니클로스(미국)의 출신교로 유명한 오하이오주립대 재학 중엔 대학 여자골프 강호로 군림했다.
87년 프로로 데뷔한 그는 2개의 메이저타이틀(US여자오픈, LPGA챔피언십)을 포함해 4승을 거둔 91년 상금랭킹 2위까지 오르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든 이후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간혹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고 슈퍼스타들의 ‘단골 들러리’ 역할에 그쳤다. 2001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18홀 59타(스탠더드레지스터핑 2라운드)의 신기원을 이룩할 때 동반자였고, 99년 줄리 잉스터(미국)가 US여자오픈에서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때 옆에서 지켜본 사람도 그였다.
결혼도 하지 않고 청춘을 골프에 바친 말론의 ‘꿈’은 명예의 전당 입성. 올 시즌 2승을 거두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소원 달성은 벅차 보였다. 지난해까지 17년간 그가 획득한 포인트는 18점. 이 추세라면 거의 50세까지 현역으로 뛰어야 명예의 전당(27점 이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
하지만 3점(메이저타이틀인 US여자오픈 2점, 캐나다여자오픈 1점)을 추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말론에게 명예의 전당 입성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말론은 박세리(CJ)와 마찬가지로 나비스코챔피언십만 제패하면 커리어그랜드슬램도 달성하게 된다.
후덕한 옆집 아줌마 같은 인상의 말론은 경기 중 농담을 즐기며 파트너를 편하게 해주는 매너 좋은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정규대회에서 홀인원을 8차례나 기록할 정도로 아이언샷이 장기인 말론. 그는 후배들에게 ‘어떻게 하면 롱런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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