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던 정치인과 고위관료들의 로비와 관련된 갖가지 비리가 드러나 줄줄이 감옥행을 한 ‘부패의 추억’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로비 양성화 방안이 거론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실 이 문제는 정경유착으로 상징되는 불법 정치자금 문제의 해법을 찾을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메뉴이기도 했다.
‘로비스트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 정치의 로비 문화가 참조 대상일 것이다. 로비 없이 정치를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로비는 미국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성 부분이다. 수도 워싱턴DC에는 1만개 이상의 로비 단체와 10만명 이상의 로비스트들이 활동 중이고, 연간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성장산업의 하나로 계속 호황을 누리면서 정치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비는 입법 사법 행정 3부와 언론 다음의 제5부로, 때론 상원과 하원에 이어 제3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로비가 이처럼 융성하게 된 것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한 청원권을 토대로 ‘로비의 자유’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로비는 그 자유 못지않게 엄격한 법적 규제를 받고 있다. 남용의 위험 때문이다. 연방 수준에서 가장 중요한 로비 규제는 연방자금의 로비 활동 관여를 금지한 ‘버드수정법(the Byrd Amendment)’ 및 로비스트의 등록과 연간 2회 정례보고를 의무화한 ‘로비활동 공개법’조항인데 이로써 누가 어떤 일로 로비를 하며, 무슨 자금으로 누구에게 어떻게 로비를 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로비로 인한 부패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다.
양지에서는 곰팡이가 슬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로비 양성화를 위한 로비법 제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법제정을 추진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첫째는 헌법과 정치 문화에 비추어 로비 양성화의 목적과 방향을 정하되, 어떤 범위에서 로비 활동을 허용할 것인지, 그 범위에 따라 부패방지에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제도설계의 방향에 따라 국민이나 시민사회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대의제의 실종된 연결고리(missing link), 즉 뽑아준 국민과 뽑힌 대표간의 단절을 다시 이어주는 데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지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둘째, 로비 규제는 엄정해야 하지만 그 결과 시민사회단체의 공익적 로비 활동 영역이 손상되지 않도록 규제의 범위나 요건, 기준, 세법상의 조치 등의 규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끝으로 로비의 양성화도 중요하지만 그 양성화에 따른 부작용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도 빼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공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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