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5년 英, ‘마지막 사형’ 집행

  • 입력 2004년 7월 12일 18시 38분


1955년 7월 13일, 교수형에 처해진 나이트클럽 댄서 루스 엘리스는 영국에서 마지막 사형수가 되었다.

엘리스는 그해 4월 대로변에서 변심한 애인을 권총으로 쏘아 죽인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애인이 두 번째 총알을 맞고 쓰러지자 곁으로 다가가 네 발을 더 쏘았다.

배심원들이 그의 유죄를 확신하는 데는 단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사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범행 열흘 전 그가 애인에게 폭행을 당해 유산(流産)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형 집행을 유예하라”는 여론이 빗발친다.

사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이 사건은 사형제도 존폐를 둘러싼 논란의 불을 지폈다. 영국은 그 10년 뒤 유럽의 주요 국가로는 맨 처음 사형 제도를 없앴다.

사형(死刑)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형벌이다.

“아득한 구약시대부터 내려오는 범죄자에 대한 ‘복수의 명령’이 대중들 마음속에 정의감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니체)

이 ‘궁극(窮極)의 형벌’은 고래로 잔혹한 형태를 띠어 왔다.

로마시대에는 호랑이와 한 우리에 가두어 잡아먹히게 하는가 하면 말벌에 쏘여 죽게 하였다. 나무에 매달아 산 채로 해부하기도 했다.

중국과 한국에선 ‘군문효수(軍門梟首)’라 해서 머리를 베어 저잣거리에 내걸었다.

산 채로 사지를 찢거나(능지처참) 시신을 파헤치기도 했다(부관참시).

‘폭력적인 정의감의 표출’이라는 비난에도 사형제도는 미국과 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시행되고 있다.

1996년 우리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미국은 선진국 가운데 최대의 사형 집행국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 시절 사형집행명령에 가장 많이 서명한 장본인이다.

사형은 ‘살인자에 대한 살인’인가, ‘정의의 심판’인가.

대세는 사형 폐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형제도를 사형시켜라!”

오심(誤審)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과연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법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제도적 사법적 살인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혹자는 말한다. “그것은 법의 차원이 아니다. ‘인류의 품위’에 관한 문제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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