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한 제원(諸元)의 비행기를 ‘순금’으로 만든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까.
하지만 이 순금 비행기도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인 ‘B-2 스피릿(Spirit)’의 제작단가에는 못 미친다는 게 미 의회의 조사결과다.
미국의 노스롭그루먼사(社)가 제작한 B-2 스텔스기의 대당 개발가격은 22억달러(약 2조 5520억원).
1989년 7월 시험비행을 마친 이 ‘꿈의 폭격기’는 10년 뒤인 1999년에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유고 공습 때 처음 실전에 투입된다.
걸프전 당시 출격이 검토됐으나 전격 취소됐다. 섣불리 내보내기엔 너무 고가(高價)였고, 격추나 추락에 따른 ‘정치적 비난’이 버거웠던 거다.
‘보이지 않는’ B-2 폭격기는 핵(核)이 무력화된 냉전시대의 비밀병기다.
재급유 없이 미국에서 이라크의 바그다드까지 논스톱으로 날아간다. 고도 1만2200m 상공에서 초음속을 유지하면서 16기의 크루즈급 미사일을 각기 다른 목표물에 동시에 투하할 수 있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대량살상무기를 파괴하기 위해 지하벙커를 집중 폭격했다고 하니 ‘귀신(?) 잡는 스텔스기’였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스텔스(stealth)란 군사적으로 적(敵)의 탐지기능, 특히 레이더망에 노출되지 않는 은폐기술을 가리킨다.
스텔스는 레이더를 산란시키는 기체설계와 레이더를 흡수하는 도장(塗裝)기술이 그 핵심.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스텔스의 원천기술’을 독점해 왔다. 그것은 슈퍼파워 ‘미국의 힘’이었다.
동체는 곡면이 아닌 평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왜 그럴까.
평면거울이 그렇듯, 편평(扁平)형상은 정면으로 전파를 쏘지 않는 한 그 이외의 각도에서는 접근방향으로 반사되지 않기 때문.
현대 군용기의 가장 큰 위협인 열(熱) 추적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엔진과 무기를 동체 깊숙이 내장하고 제트를 기체 상단에서 분출한다.
미군의 F-117 나이트호크(Nighthawk)는 본격적인 스텔스 시대를 열었으나 1999년 유고 공습 당시 한 대가 격추돼 위신을 구겼다.
무차별 ‘소나기 방공포’에 걸려들었다고 하니 스텔스가 ‘전능’은 아닌 듯!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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