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징계 누가 납득하겠나

  • 입력 2004년 7월 16일 23시 18분


청와대가 ‘박근혜 패러디’와 관련해 내린 징계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 야당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과 특정 신문의 명예에 상처를 주고도 고작 6급 실무자와 담당 비서관을 직위해제하는 선에서 마무리했으니 며칠 전 청와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 직원의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 비판 세력을 적대시하는 청와대의 왜곡된 분위기와 해이한 시스템이 실무자로 하여금 별 주저 없이 저질 패러디를 초기화면에 올리도록 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보다 강하게 지휘책임을 물어 적어도 홈페이지 관리총괄책임자인 홍보수석비서관은 문책해야 마땅했다고 본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나라의 얼굴’이다. 그런데도 특정 정파나 시민단체의 사이트처럼 정권 비판 세력에 대한 성토의 장(場)으로 오용돼 온 게 사실이다. 수도 이전 논란과 관련해서도 비판 신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참모의 글과 함께 욕설, 막말, 인격 모독으로 시종하는 댓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것도 부족해 야당 지도자와 특정 신문을 매도하는 선정적 음해성 패러디까지 올렸다. 정책 중심인 미국 백악관이나 프랑스 대통령 홈페이지 등에선 찾아볼 수 없는 낯 뜨거운 모습이다.

결국 인사의 문제다. 대통령은 뜻만 맞으면 능력이나 자질은 따지지 않는 ‘코드인사’, 잘못이 있어도 솜방망이 징계로 그치는 온정주의적 ‘동아리 의식’이 오늘의 상황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청와대는 함량 미달의 아마추어들을 가려내 이런 식의 어처구니없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홈페이지 성격을 ‘친노(親盧) 사이트’가 아닌 ‘국민의 사이트’로 확 뜯어고쳐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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