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노무현 정권의 지지율은 바닥이다. 온갖 국정난맥에 대한 국민의 위기감이 표출된 결과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대안(代案) 세력’으로서의 신뢰를 심어 주지 못하고 있다. 명색이 제1야당이면서도 ‘야당답지 않은 야당’, 뭘 하자는 것인지 분명치 않은 ‘수구 정당’으로 비치고 있을 뿐이다.
수도 이전 논란에 대한 대처방식은 대표적 예다. 국가적 의제에 대해 당론도 정하지 못한 채 여론의 그늘에 숨어 머뭇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안보 혼선, 경제 침체, 국가기관의 월권(越權) 등 숱한 현안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여권에 끌려 다니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과 총선에서 잇달아 패배한 후 ‘새로운 보수’를 강조하면서 정책정당,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당의 진로를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선진화(先進化)의 길’로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이 달라졌는가. 새로운 보수정당은커녕 무기력한 ‘만년 야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당 내에서조차 ‘여당 2중대가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면서 내홍(內訌)으로 치닫고 있고, 당 밖에선 ‘기득권 보수’ ‘기회주의적 보수’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과 국정을 공유하는 제1야당으로 현안에 대한 해법을 주도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집권측이 잘못 가면 ‘국민을 위한 투쟁’으로 방향을 돌려 놓아야 한다. 그것이 참된 보수야당이다. 여권의 실정(失政)에 기대어 반사이익이나 얻으려는 수동적 자세로는 집권의 꿈은 또다시 무망(無望)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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