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맨(트레이드가 자주 되는 별 볼일 없는 선수)’ 토드 해밀턴(39·미국)이 ‘대박 드라마’를 연출했다.
19일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GC(파71)에서 열린 제133회 브리티시오픈 최종 4라운드.
해밀턴은 정규 라운드 최종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 어니 엘스에게 동타(10언더파 274타)를 허용해 4개 홀(1, 2, 17, 18번홀) 연장전에 끌려갔다. 누가 봐도 엘스의 상승세. 더구나 해밀턴은 프로 데뷔 17년 만인 올해 미국PGA투어에서 첫 승(혼다클래식)을 거둔 ‘중고 신인’. 반면 엘스는 연장전 끝에 2002년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오른 미국PGA 통산 14승의 ‘황태자’.
하지만 해밀턴은 흔들림이 없었다. 해밀턴은 17번홀(파3)에서 열린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보기를 한 엘스를 1타차로 앞선 뒤 마지막 연장 홀인 18번홀(파4)에서 40야드 거리의 세 번째 샷을 홀컵 90cm에 붙여 승부를 갈랐다.
해밀턴은 전 세계 골프대회를 전전한 ‘떠돌이’. 대학시절(오클라호마대)에는 3차례나 올스타에 뽑히는 등 유망주로 꼽혔지만 87년 캐나다투어에서 프로로 데뷔한 이후에는 잘 풀리지 않았다. 2년 뒤 미국PGA 2부 투어에 뛰어들었지만 실패를 거듭.
그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아시아투어로 무대를 옮긴 92년부터. 92년 태국오픈, 싱가포르오픈, 매경오픈 등에서 우승하며 상금왕에 올랐고 이후 3승을 보탰다. 96년 일본투어로 건너와 1승을 거둔 그는 지난해 4승을 올려 상금랭킹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해밀턴은 지난해 퀄리파잉(Q)스쿨 7차례 도전 만에 공동 16위로 미국PGA투어 카드를 손에 쥐며 비로소 자신감을 얻었고 이는 올 3월 혼다클래식에서 미국PGA 첫 우승으로 이어졌다.
그는 ‘클라레 저그(브리티시오픈 우승 트로피)’ 입맞춤으로 우승상금 134만8272달러(약 15억7000만원)를 보태 상금랭킹 33위에서 9위(255만9946달러·약 29억8000만원)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까지 그의 미국PGA투어 통산상금은 고작 4만7594달러(약 5500만원). 그는 이번 우승으로 미국PGA투어 정규대회는 물론 앞으로 5년간 각종 메이저대회에 예선 없이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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