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범죄 막을 수 없나]<上>전문가가 본 유영철사건

  • 입력 2004년 7월 19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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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을 무참히 살해한 유영철씨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향후 이와 같은 잔혹 범죄를 막기 위한 중장기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한국에서 보기 드문 전형적 연쇄살인사건”이라며 “상습 전과자에 의한 살인 범행 비율의 증가, 범행의 잔혹화 등 최근 경향을 분석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잔혹범죄의 예방과 대책, 경찰 수사력 부재의 원인과 개선책 마련을 위한 긴급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국내 ‘연쇄살인’으로는 두 번째=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형민 박사는 “단순히 사람을 여러 명 죽였다고 해서 연쇄살인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며 “국내에서 연쇄살인으로는 화성 부녀자 살인사건이 거의 유일한 예로 거론돼 왔다”고 말했다.

연쇄살인은 피해자간의 연관성, 범행상의 특징 등이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나타나 단순히 여러 명을 죽인 대규모 살인과는 구별된다는 것.

이 연구원 최인섭 실장은 출장마사지사와 노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둔기를 사용했으며 여성의 경우 토막을 내 매장했다는 점, 혼자 범행했으며 범행 방식이 매우 치밀했다는 점 등이 일반적 연쇄살인의 특성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여성과 부유층에 대한 유씨의 분노 역시 연쇄살인범에게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반사회적 성향과 일치한다.

유씨가 검거된 이후 자신이 살해한 피해자의 수를 늘려 진술하고 시신이 묻혀 있는 장소나 범행 수법을 자세히 밝힌 것 역시 연쇄살인범의 특징 중 하나로 분석될 수 있다.

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쇄살인범 중 상당수가 검거시 언론에 노출되기를 즐기며 미국에서 27명의 소년을 살해한 웨인 헨리 주니어의 경우 존 웨인 게이시의 살인 기록을 깨기 위해 일부러 숨겨진 시체의 위치를 알려주기도 했다는 것.

∇연쇄살인범=대부분의 연쇄살인 연구는 연쇄살인범의 유형을 △마음속의 목소리나 환각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는 공상형 △매춘부 등 특정 계층을 제거하고자 하는 설정임무 집착형 △살인에 의해 쾌감을 느끼는 쾌락형 △피해자의 고통을 보며 만족하는 권력 지배형 등 4가지로 분류한다.

전문가들은 부유층 노인, 출장마사지사 등을 대상으로 선택해 범행한 유씨의 경우 두 번째 ‘설정임무 집착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이런 범죄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분노조절 등 커뮤니케이션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응책은=미국의 한 연구 결과는 “60년대 이후 연쇄살인이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범인당 희생자 수가 늘고 범죄의 잔혹성이 높아지는 것이 특성”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체 살인 범죄 중 연쇄살인이 1%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범인의 특성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링, 범죄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연쇄살인에 대한 뾰족한 대응 방안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

한 전문가는 “연쇄살인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관성이 낮은 데다 범행이 지능적이라 외국에서도 검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검거보다는 잔혹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 최 실장은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전과 14범인 유씨가 교도소를 드나들며 범죄 수법을 익혔다”며 “외환위기 이후 폭력성범죄의 증가와 함께 전과자의 살인 범죄 비율이 늘어나는 점에 주목하고 중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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