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전 기관 줄이고 말고의 문제인가

  • 입력 2004년 7월 22일 18시 32분


새 수도로 이전할 국가 주요기관이 당초 85곳에서 73곳으로 줄어들면서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과 대검찰청 등은 이전이 보류됐다. 이전 대상 축소와 함께 헌법기관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수도 이전이 사실상의 천도(遷都)라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 과정과 비용 및 재원 조달방식에 관한 객관적 논의는 더 지속되어야 한다.

추진위는 지난달 8일 85곳의 이전 대상 기관을 선정 발표한 뒤 한 달여 만에 서둘러 입지 선정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전 비용부터 여전히 45조원에서 120조원을 오락가락한다. 국가백년대계를 이처럼 소요 예산에 대한 논란도 무시한 채 과속(過速)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이다. 수도 이전 반대 여론이 절반을 넘고 찬반과 상관없이 국민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70%를 웃돌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일방독주에 대한 국민적 경고나 다름없다.

수도 이전 찬반 논쟁에서 국회가 중심이 돼 신행정수도특별법이 몇 줄로 언급하고 있는 신행정수도의 성격과 기능을 명확히 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도 이전의 근본 요건부터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게 아닌가. 이런 상태에서 이전 대상기관을 줄이고 말고 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에 대해 어떠한 결론을 내리더라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재론해 대(大)타협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1000억원의 비용이 드는 국민투표도 피할 수 있다. 참여정부의 국민적 합의 노력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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