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영국에서 복제 양 돌리가 탄생하자 옥스퍼드대는 국제사면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1998년 ‘유전자혁명과 인권’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7회로 구성된 강연에는 돌리 복제의 주역 중 한 사람인 위안 윌무트, 저명한 철학자인 힐러리 퍼트넘과 존 해리스, 진화론의 맹장 리처드 도킨스 등이 참여했다. 이 책은 그 내용을 묶은 것이다.
그 동안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이라는 ‘두 문화(Two Cultures)’의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면서 서로에 대해 무관심했다. 하지만 좋든 싫든 두 문화의 소통을 요구하는 사건들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생명윤리가 그 대표적 사례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는 사회 일각의 비난에 당혹해하면서 사회적 차원의 윤리적 정지(整地)작업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 강연에서 윌무트는 “인간복제는 ‘혐오스러운 일’이지만 자신이 행했던 동물복제는 사회 전체에 매우 유용한 일이 아니냐”며 소박하게 자기 입장을 펼쳤다. 흥미 있는 것은 복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양극단에 철학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퍼트넘은 “인간복제는 부모가 미리 자식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것이며 우리가 갖고 있는 도덕상(道德像)에도 위배된다”고 역설했다. 반면 해리스는 “복제의 자유를 금지시킬 만한 어떤 정당한 근거도 없으며 복제에 대한 반대는 대부분 대중의 무의식적 히스테리에 기초한 것”이라고 혹평한다. 그는 복제논쟁에서 금과옥조처럼 거론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도대체 복제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느냐”고 반문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유럽사회가 말하는 ‘사고의 다양성과 치열성’을 절감하며 ‘열린사회’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지금 생명윤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그 한복판에는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를 확보한 과학자 황우석이 있다.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빛에 가려 있던 연구 과정의 그림자들도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복제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생식복제와 치료 용도의 배아줄기세포의 복제는 다르다지만 여기에도 배아의 인권과 난자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의 인권 침해 등 중요한 윤리적 쟁점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실리를 추구하는 경제적 존재인 동시에 타인의 권리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도덕적 존재다. 이 양자간 균형의 지점이 정확히 어디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자들의 치열하고 다양한 사고, 그리고 일반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 관련 과학자들의 솔직한 정보 제공이 요구된다. 동시에 이 과학자들을 아끼고 그들의 사회적 공헌을 충분히 존중하는 사회적 풍토가 있어야 한다.
김명식 진주교대 교수·윤리학 kimmskor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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