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지난달 7일 국회 개원 연설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필요한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불안을 증폭시키고 위기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두 사람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경제 위기론은 정치적인 이유로 불안을 증폭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이야기가 된다. 또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일부 언론이 과장해 전달한 참을성 없는 호들갑이다.
이런 주장이 맞는다면 여론을 잘못 전달한 언론으로서는 면목이 없지만 한국 경제로서는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한국측 파트너인 경쟁력평가원이 IMD의 올해 ‘국가 경쟁력 평가’ 보고서 가운데 ‘정부 효율성’ 부문을 정밀 분석한 결과는 이를 잘 보여 준다.
77개 지표 가운데 기업 최고경영자(CEO) 6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항목 41개를 현 정부 출범 전해인 2002년과 비교한 결과 나아진 항목은 9개에 불과했다.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대’, ‘정책이 효과적으로 집행되는 정도’, ‘정책이 경제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는 정도’ 등 중요한 항목은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한국 기업인들이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 한눈에 들어온다.
또 있다. 청년실업자가 전체 실업자의 절반을 넘고, 설비투자율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다는 발표도 나왔다. 일본식 장기불황을 넘어서 남미식 침체의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앞으로 기업들이 얼마나 더 현실경제를 걱정하고 불평을 쏟아내야 정부가 귀를 열어 줄지 답답하다. 그나마 불평이라도 할수있는 여력도 얼마 없는 것 같아 더 우울하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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