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최진규/'교사 수업평가' 학생에게 맡기자

  • 입력 2004년 7월 28일 19시 02분


학년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에게서 수업 내용에 대한 의견서를 받고 있다. 내가 제대로 가르쳤는지,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등을 되돌아보기 위해 스스로 3년째 실시 중이다. 무기명으로 해서 그런지 학생들은 수업 내용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비교적 솔직하게 쓴다.

‘생각과 경험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좋았다’, ‘쓰기 활동이 많아서 문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수행평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지나치게 교과서에만 의존하는 수업이었다’는 등의 지적도 적지 않다. ‘특정 학생을 편애하는 것 같다’, ‘가끔 뒷주머니에 손을 넣는 모습이 보기에 안 좋다’는 지적에는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곤 한다.

대다수 교사들이 수업평가나 수업공개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을 갖고 있다. 제자들의 의견제기를 불경스럽게 여겨 왔기 때문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유교적 전통이 아직도 교육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교육 당국이 점진적으로 실시할 계획인 교사평가제에 대해 기대가 크다. 그러나 교사의 교과지도능력 외에 행정능력, 인간관계 등에 대한 평가까지 망라하면 자칫 지나친 포괄성으로 인해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교사평가제의 목적이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책임 강화라면 수업평가가 핵심이어야 한다.

수업평가의 가장 바람직한 주체는 학습권을 가진 학생이다. 학교장 동료교사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다면평가제도 거론되고 있으나 수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학생들이 수업평가의 주체로서 적격이라는 생각이다. 교사는 이미 학생들에 대해 내신 성적이란 거대한 틀에서 수치화된 기준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학생들도 교사의 수업 내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 상호 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충남 서산시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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