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걱정 때문이었을까. 솔직하면서도 감성적인 말솜씨를 갖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알듯 말듯 아리송한 화법을 구사해 화제다. 장관 이임식 자리에서다. 강 전 장관은 여러 얘기 끝에 “진짜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자신을 밀어낸 노무현 대통령에게 할 말이 많다는 것인지, ‘개혁철학’을 이해해 주지 못한 여권 인사들이 섭섭하다는 것인지.
▷말을 잘하려면 독선을 피하고, 시비 걸 듯하지 말고, 혼자서 판을 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무슨 말이든 하기 전에 깊이 생각해야 한다. 화술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에 나도는 말들을 보면 이와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인다. 최근의 여야(與野)간 정체성 공방에서 보듯 주고받는 말들이 참으로 고약하다. 마치 어떻게 하면 상대나 상대 당을 최대한으로 약 올릴 수 있을까 하고 연구해서 내놓는 말들 같다.
▷그래서일 것이다. 요즘 들어선 딱 부러진 말보다 무슨 뜻인지 요리조리 헤아려 봐야 하는 말이 더 그리워진다. 조금은 돌아가는 듯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부드러운 비판, 은유(隱喩)속에 비수(匕首)가 감춰진 옛 선인들의 풍자 언어가 듣고 싶다. 예컨대 여권이 자신들을 공격하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강 전 장관 식의 응수를 해보면 어떨까.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문제가 복잡해질까 봐 그만두겠다”고. 말싸움에 여념이 없는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아리송 화법’을 배워 보라고 권하고 싶은 여름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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