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여름휴가를 끝내고 이날 당무에 첫 복귀한 박 대표는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를 주재하며 "경제가 어려운데 이런 것(국가정체성) 가지고 논쟁을 하느냐고 하지만 아무리 급하더라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바느질할 수 없듯이 야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체성 문제가 경제 살리기의 선결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정체성 공방이 단순한 정쟁(政爭)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듯 했다.
그는 "지금 한국은 깊은 병을 앓고 있는데 근본 원인은 나라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며 "나라 상황이 이런 상태에선 아무리 뭘 해도 경제가 살아나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에 제대로 (국가정체성을) 짚고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근본적 경제회생책은 기업이 정책방향에 대해 안심하도록 대통령이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봄꽃은 근본적으로 봄바람이 불어야 핀다. 대통령이 경제회생을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의지로 봄바람을 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라고 반격한 것이 박 대표를 자극한 계기가 됐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은 과거나 미래를 선택하라고 했는데 간첩이 민주인사가 되고 (군 장성을) 취조하는 게 미래로 가는 국가냐"며 "대통령이나 정부의 국가관이 이렇다면 우리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백약이 무효"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의 강공 선언으로 향후 여야 관계는 가파르게 대치할 공산이 크다. 여기엔 대여 강경 노선을 촉구한 당내 비주류 진영을 불만을 무마하며 당의 전열을 추스르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체성 공방이 뜨거워지자 박 대표를 겨냥한 당내 비주류 진영의 반발은 물밑으로 잠복했다.
한나라당은 박 대표 대신에 당 차원의 공세로 전환할 방침이다. 박 대표가 공세를 주도할 경우 박 대표의 부친인 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전력을 문제 삼은 여권의 집중 표정이 되기 때문이다. 당 차원에서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고 여의도연구소가 당 차원의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논란이 된 '유신독재'의 과오에 대한 사과 문제와 관련해 "(그 문제는) 나에게 맡겨 달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박 대표가 유신 문제에 대해 조만간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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