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유영철씨의 연쇄살인행각, 서울 서남부 부녀자 피살사건 등에 이어 범인을 검거해야 할 강력계 형사들까지 무참히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시민불안이 커지고 경찰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부실한 수사력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경찰 탓만 하기에는 우리 경찰이 처한 현실이 너무 어둡다.
주5일 근무 시대가 열렸다지만 전체 경찰의 70%가 주 56시간 이상씩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일선 수사반에서는 하루 2교대 근무가 일상적이다. 한 달 30만원에 불과한 수사비를 받고 경찰들은 ‘목숨을 담보로’ 오늘도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인력난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 경찰관의 1인당 담당 인구는 523명으로 미국 319명, 독일 294명에 비해 훨씬 많다.
동국대 이황우(李璜雨·경찰행정학) 교수는 “양질(良質)의 치안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받으려면 더 이상 경찰에게 ‘희생’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합당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공공부문에서 치안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 불안해진 시민들은 ‘사적(私的) 치안’에 기대게 된다. 이때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전체비용은 급격히 커진다. 치안서비스는 공공부문에서 공급될 때 가장 효율성이 큰 전형적인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또 이 경우 사적 치안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다수의 시민들은 치안공백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경찰은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욕구가 크지만 공무원 신분과 경찰조직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이를 밖으로 표출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경찰의 수사부서 기피 현상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필연적인 결과다.
시민들이 범죄의 공포에 떨지 않고 맘 놓고 살게 하려면 경찰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 논의가 절실한 때다.
신수정 사회1부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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