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돈대로 받지만 몸값을 못해 다들 안절부절. 구단에 볼 낯이 없고 동료들 얼굴 보기도 민망하다. “차라리 2군에 보내 달라”고 할만하다.
국내 최고연봉자(7억6000만원)인 현대 정민태는 3일자로 2군에 내려갔다. 김재박 감독은 “큰 이상은 없는데 본인의 심적인 부담이 너무 큰 것 같아 1군에서 제외시켰다”고 했다. 시즌성적 4승11패.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연봉 2위 역시 현대 선수인 심정수. 그는 6월29일에야 1군에 합류했다. 오른쪽 무릎 건초염 때문에 거의 전반기를 허송세월. 일부에선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되니 몸 사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냈다.
투타의 핵심이자 연봉 1,2위인 정민태와 심정수의 활약 없이도 현대가 꾸준히 선두권에 있었던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 심정수와 함께 연봉 공동 2위였던 ‘기타맨’ 이상훈은 일찌감치 옷을 벗었다. “팀에 보탬이 안 되면 물러나야한다”며 남은 연봉을 포기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자존심 하나만은 멋있었다. 그를 보면서 가슴 찔린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리라.
연봉 10걸 안에 3명이 들어가 있는 기아. 돈 팍팍 쓰지만 성적이 안 난다. 5할 승률에도 못 미치며 4위에 겨우 턱걸이.
FA로 삼성에서 데려온 마해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이종범은 노쇠기미, 박재홍은 왼손바닥 뼛조각 제거 수술로 경기에 못 나오고 있다.
연봉 3억5000만원짜리 한화 정민철은 1승도 없이 6패, LG 진필중도 4패 12세이브에 그치고 있다. 마무리도 안 되고 선발도 안 되는 진필중은 2군에서 의미 없는 훈련 중.
반면 삼성은 5억원짜리 임창용이 1점대 평균자책으로 철벽 마무리를 하고 있고 3억3000만원짜리 양준혁이 10억원도 아깝지 않은 대활약을 펼치고 있어 흐뭇하다.
수십억원을 들여 데려온 FA 정수근과 이상목이 ‘부도수표’를 낸 롯데는 초상집 분위기.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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