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물가와 유가가 급등하고 세금은 세금대로 늘어만 간다. 지난달의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4개월 만에 처음 4%대를 넘어섰다. ‘장바구니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년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국내 원유 수입량의 7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치였던 5월 7일보다 배럴당 3달러가 오른 상태다. 유가상승이 끼칠 성장 물가 수출에 대한 악영향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경제에 대한 예측 능력, 구체적인 대책, 국정우선순위 선정 등 어느 면에서도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납세자들의 비명을 듣는지 못 듣는지, 세금 늘리는 데 바쁘다. 재산세만 해도 투기와 무관한 실수요자까지 부담을 급격히 늘려 놓았으니 조세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 야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17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시행하려면 6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의원들이 내놓은 조세감면법안도 특정계층 지원 성격이 강해 사실상 조세 지출에 가깝다. 그에 따른 세수(稅收) 부족분은 결국 일반납세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메우지 않을 수 없다.
수출 하나 빼놓고는 ‘몇 개월 만에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경제지표가 드문 실정이다. 수출조차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반년 뒤의 경기(景氣)와 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3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지금의 경기와 생활형편을 반년 전과 비교하는 소비자 평가지수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경기에 지친 다수 국민은 이제 위기를 걱정하는 수준을 넘어 체념 단계에 접어든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희망의 불씨마저 꺼지기 전에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빚내고 세금 늘려서 예산 퍼주는 방식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민간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 법질서를 바로 세우고 개인의 창발성과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규제를 푸는 것이 급하다. 무엇보다도 시장경제체제를 반드시 지켜낼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