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논란]흠집내기 차단할 ‘희생카드’ 저울질

  • 입력 2004년 8월 5일 18시 52분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정수장학회 논란 해법을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박 대표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줄곧 “나에게 맡겨 달라”고만 말하고 있다. 자신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인 만큼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입장을 완전히 정리하지는 못한 분위기다.

박 대표측이 고심하는 1차적 이유는 정수장학회의 형성 배경을 정치 쟁점화한 여권의 공세 목표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여권이 박 대표를 ‘박정희(朴正熙)의 그늘’에 묶어 두고 계속 흠집 내려는 의도는 명확하지만 공세의 최종 목표가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인지, 박 대표의 이사장 사퇴인지 등이 불분명하다는 판단이다.

박 대표는 최근 여권의 정수장학회 검증 공세에 대해 “검증할 테면 하라”고 맞받아쳤지만 정작 열린우리당의 정수장학회 진상조사단장인 조성래(趙誠來) 의원은 “박 대표에 대한 직접조사는 불가능하다”고 비켜갔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5일 “여권은 장학회 형성 과정 조사를 빌미로 계속 박 대표를 공격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여권의 목표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우리의 카드를 앞질러 던질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박 대표측이 여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고심하고 있는 대응카드는 △정수장학회의 국가 헌납 △이사장직만 사퇴 △정수장학회의 언론소유 지분만 처분하는 세 가지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헌납 방안은 박 대표의 ‘희생’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장학회 정관에 해산 규정은 있으나 국가 헌납 규정이 없어 이사장이 전권으로 장학회를 헌납할 수도 없다. 굳이 헌납 절차를 밟으려면 박 대표를 포함해 총 5명의 이사가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박 대표가 이사장직만 내놓는 방안도 있지만 정수장학회 자체가 남아 있는 한 여권의 공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란 것이 당내의 지배적 의견이다.

또 정수장학회가 보유 중인 부산일보사(100%)와 MBC(30%) 등 언론사 지분만 처분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언론사 지분 처분 문제는 1980년대 신군부의 동아방송 등 언론사 통폐합 문제로도 불똥이 튈 수 있는 ‘인화성’을 갖고 있어 당 지도부가 수위 조절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날 이사장직 사퇴 가능성을 거론한 일부 보도에 대해 “내가 사퇴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박 대표의 결단이 임박해지고 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당내에선 박 대표가 이사장직 사퇴 등 각종 카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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