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사태 때 감금됐던 중국 반체제 시인인 지은이가 13억 중국인의 대다수를 이루는 가난하고 소박한 인민을 인터뷰한 책이다. 인신매매범, 불법 인력거꾼, 열여덟 살 신신(新新)세대, 가라오케 아가씨, 마약중독자, 시체 미용사, 맹인 악사, 늙은 홍위병, 지식 청년 등 가려진 중국의 초상화 반쪽을 그리기에 충분한 인물들이 나와 자기 삶과 중국 현대사를 증언한다.
빈민 출신의 영민했던 대학생이자 공산주의청년단 서기였던 펑중쯔의 말은 가슴을 친다. “그녀가 피아노 치는 것을 보면서 사랑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지주 집안의 딸이자 삼촌이 국민당 간부였습니다. 그녀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자 저는 ‘우파’로 낙인찍히더군요. 하지만 혁명 구호가 어떻게 사랑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권기태기자 kk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