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천사와 벌레’…밀림에서 발견한 자유

  • 입력 2004년 8월 13일 17시 23분


◇천사와 벌레/안토니아 수잔 바이어트 지음 윤희기 옮김/309쪽 8800원 미래사

한마디로 ‘자유’에 관한 이야기다. 곤충채집가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한 남자가 아마존 밀림에서 도시로 옮겨 와 사랑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보통 사람의 삶을 살지만, 일상의 허위에 배신감을 느끼고 다시 진정한 자유를 찾아 밀림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큰 줄거리다.

무대는 19세기 중엽,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 세상이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답답해 하던 주인공 윌리엄은 우연한 기회에 밀림에 들어가 식물과 곤충을 채집하며 연구에 빠져든다. 우울하고 냉소적이던 그는 10년여의 밀림생활에서 꽃잎, 나뭇잎, 습지, 개미, 딱정벌레의 세계를 통해 세상을 크고 밝게 보는 사람으로 바뀐다.

밀림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던 중 배가 난파당했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윌리엄은 곤충 표본에 관심이 많은 한 목사의 집에 머물게 된다.

세속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 온 그를 붙잡은 것은 목사의 큰 딸 유지니아. 윌리엄은 생전 처음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돈도 없고 비전도 없지만, 진심 하나로 그녀의 마음과 사랑을 얻고 결혼에 성공한다. 그리고 다섯 명의 아이들을 낳아 키운다. 그런데, 과연, 윌리엄은 행복하게 살았을까?

일상에는 배신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 윌리엄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마존 10년 세월동안 고독 열병 굶주림과 싸우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열망했던 일상의 안온한 삶이었건만, 윌리엄은 좋아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한다는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비통함과 싸워야 했으며 꾸벅꾸벅 졸지 않으면 뜨개질하는 것이 고작인 아내와의 지루한 관계에 당혹스러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윌리엄은 보지 말아야할 것을 보고 마는데, 바로 아내와 이복오빠 에드거의 정사 장면이었다. 더구나, 아내가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에드거와 육체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는다. 결국 그는 다시 인간의 세계를 나와 밀림으로 들어간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제목 그대로 곤충과 인간세계를 대비하는 저자 특유의 작법에는 다양한 은유가 숨어 있다. 작가는 곤충과 인간세계를 넘나들며 본능과 욕망, 도덕과 이성의 충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윌리엄의 일상을 통해 ‘세상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일상이란, 삶이란, 밖에서 보면 매끈해 보이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추함과 불의, 부도덕함과 불행이 곳곳에 퍼져 있다. 윌리엄은 밀림으로 들어갔지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저자는 영국 최고문학상인 ‘부커상’ 수상작가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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