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열린우리당 중앙당사 앞에선 전국에서 올라온 300여명의 평당원이 ‘당헌당규 개악 저지 대회’를 열고 있었다. 기간당원의 자격을 완화하려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였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의 발전을 위해 뙤약볕 아래에서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새로운 정당문화를 보여주는 듯했다.
이들은 행사장에서 수백장의 결의문 사본을 돌렸다. 그러나 기자가 이를 한 장 달라고 행사 안내자에게 요구하자 “‘조중동’ 기자들의 취재엔 협조하지 않으니 행사장에서 나가 달라”는 싸늘한 대답만 돌아왔다.
이들과 같은 주장을 펴며 지난주부터 당사에서 농성 중인 핵심 기간당원들도 농성장 입구에 ‘조중동의 취재에는 응하지 않는다’란 문구를 붙이고 언론사 취재에 선별적으로 응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취재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항의농성에 대해 ‘당권파와 개혁당 출신간의 세력대결 양상으로 보도하지 말 것’ ‘그렇게 보도할 경우 모든 법적 책임을 질 것’ 등의 내용을 담은 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의 취재는 불응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도하도록 취재기자에게 요구하는 이들의 독선적 행태를 지켜보면서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라는 ‘대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금할 수 없었다.
실제 당내에서조차 “대선과 총선 승리가 그들만의 공이냐. 요구 내용을 떠나 그들의 이분법적인 태도에 공감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당직 선거권과 공천권 등 당원의 주요 권리를 사실상 독점하겠다는 이들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집권여당의 주요 의사결정은 이들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이 국민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이들의 ‘닫힌 사고’는 더욱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당원으로서 당에 건전한 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선 ‘열린’ 우리당의 당원 답게 먼저 닫힌 마음부터 풀 것을 권하고 싶다.
윤종구 정치부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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