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권당 의장의 ‘참을 수 없는 이중성’

  • 입력 2004년 8월 17일 18시 49분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 부친이 일본군 헌병으로 복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월간 ‘신동아’는 당시 신 의장 부친의 행적을 집중 보도했다. 관련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부친의 전력(前歷)과 관련해 후손에게 책임을 묻는 ‘연좌제적 접근’은 옳지 않다. 신 의장은 부친 문제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부인해 온 신 의장의 허위와 위선이다. 그는 지난달 부친의 친일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다가 광복 후 경찰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일본군 헌병 경력을 쏙 뺀 것이다. 오히려 6·25전쟁 때 지리산 공비토벌대사령관을 지내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는 등 부친의 ‘애국심’을 자랑했다. 그는 진실이 드러난 후 “(일본) 경찰이 아닌데 경찰이라고 해 부인했다”고 했는데 구차하기 짝이 없다.

여권은 지금 친일 문제 등 과거사 정리를 외치고 있다. 민족정기 회복을 강조하며 누구보다 앞장서 온 인물이 바로 신 의장이다. 그러자면 ‘자기고백’부터 해야 했다. 그런데도 부친의 친일 이력은 철저히 숨기고 남의 허물만 탓해 왔으니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이번처럼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가려 했던 건 아닌지, 약점을 덮으려 오히려 친일 청산 목소리를 높였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더구나 그는 참여정부 리더십의 양대 축인 집권당 의장이다. 이 사안이 단순한 개인 차원이 아닌 정권의 도덕성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집권 핵심의 도덕적 권위가 무너진 마당에 어떤 개혁 구호도 명분이 설 리 없다.

신 의장은 뒤늦게 부친의 친일 이력을 시인하고 독립투사와 유족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은 그 자신이 잘 알 것이다. 당장 여당 안에서 그의 거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은 신 의장의 선택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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