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징검다리]“찬밥 중의 찬밥 권총서 銀이라니”

  • 입력 2004년 8월 18일 18시 56분


아테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민둥산이 많다. 여름에 비가 거의 오지 않고 돌산이라 그렇다. 그래도 생명력이 강한 올리브나무는 척박한 토양을 뚫고 뿌리를 내린다. 그리스인들은 “올리브나무가 그만큼 힘들게 자랐기 때문에 사람 몸에 좋은 올리브유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사격 남자 권총 50m에서 은메달을 따낸 진종오(25)는 올리브나무 같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값진 열매를 맺은 게 똑같다. 오죽하면 수상소감에서 “사격이 비인기종목인데 권총은 거기서도 찬밥”이라고 했을까.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사실이 보여주듯 한국에서 권총은 기피종목으로 불린다. 한 발에 260원 하는 실탄을 하루에 보통 200발 넘게 쏴야 하니 훈련비용이 만만치 않다. 소년체전 종목에선 아예 빠져 있고 전국체전에서도 개인전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시작하지 않다보니 선수층이 얇아 실업선수 40명을 포함해 고등학교 이상 등록선수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화약총으로 실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규제도 심하다. 일출 이전과 일몰 이후에는 훈련을 할 수 없어 아무 때나 총을 쏘는 유럽 선수들이 부럽기만 하다.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권총을 구입하려면 병원 경찰서 관공서 등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상식에서 올리브 생나무 가지로 엮은 월계관을 쓴 진종오의 모습이 더욱 자랑스럽게 보인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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