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잡지인 계간 ‘북페뎀’ 가을호도 책 전체를 장르문학 특집으로 꾸몄다.
장르문학이란 마치 인터넷 게임처럼 정형화된 이야기 전개의 법칙을 갖추고 있는 추리 환상 로맨스 과학 고딕(괴기) 소설 등을 가리킨다. 두 계간지의 움직임은 그간 외면받아 온 장르문학에 대해 제대로 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단면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문학과지성사 회의실에선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귀여니의 로맨스 소설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장르문학이 융성기에 들어선 것처럼 비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장르문학은 취약하다. 베스트셀러는 나와도 스테디셀러가 없다. 과학소설이라 하면 외면받을 것 같아 ‘사이언스 스릴러’ 같은 말을 써야 한다.”
영화 및 인터넷 게임과의 관련성이 많아지면서 장르문학의 미래는 점점 밝아오고 있다. 국내에서 상영 중인 영화들을 보더라도 ‘아이 로봇’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소설을, ‘반 헬싱’은 브램 스토커의 고딕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지금이야말로 국내에서도 장르문학을 제대로 키워야 할 때다. 최근 몇 년간 환상소설이 뜨자 일부 출판사가 질 낮은 아류들을 무리하게 쏟아냈지만 결국 독자들에게서 외면당하고 말았다. 이제 장르문학 전문 문예지를 만들 때가 됐다는 소리도 나온다. 대학 국문과에서 신세대들의 관심에 맞춰 장르문학 연구와 강좌를 늘려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본격문학의 아성 가운데 하나인 문예지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고 있는 김성곤 서울대 교수(영문학)는 “머지않아 장르문학이 주류 문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학과지성사 토론에 참여했던 문학평론가 김동식씨는 “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 본격문학은 장르문학과 손을 잡음으로써 활력을 되찾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 문학 출판계의 새로운 화두로 자리 잡은 ‘장르문학 담론’이 환상소설처럼 멋들어지게, 추리소설처럼 치밀하게, 과학소설처럼 미래지향적으로 자라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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