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강남의 ‘닦여진 터’냐 판교의 ‘돈 굴리기’냐

  • 입력 2004년 8월 25일 16시 47분


‘서울 강남이냐, 판교 신도시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서울 강남은 이래저래 부동산 정책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주택투기지역 지정,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재건축아파트 개발이익환수제 등 부동산 규제 정책이 강남에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한 ‘불패 신화’를 구가해 오던 강남이지만 최근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내년 상반기 시범단지를 시작으로 본격 분양이 시작될 경기 성남시 판교 신도시는 강남을 대체할 유일한 거대 주택단지로 꼽히고 있다.

또 판교 신도시부터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면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은 분양가 책정이 예상되고 있어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특히 고급 아파트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는 현실에서 판교 신도시에는 전용면적 40.8평이 넘는 대형 아파트가 2200가구 이상 분양될 예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강남 아파트의 투자성은 떨어지는 추세=강남지역은 서울 강북권에 비해 체계적으로 개발돼 1980년대 이후 대표적인 고급 주거지로 자리 잡았다. 교육 교통 문화여건이 좋고,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금융 벤처상권이 형성되면서 직장 접근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강남지역 역시 더 이상 개발될 곳이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다. 이에 따라 개발 초기에 분양된 아파트들이 속속 재건축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이들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가파르게 치솟았으나 새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의 철퇴를 맞으면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의 경우 2000년 7.4%, 2001년 22.96%, 2002년 41.02%, 2003년 21.35%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8월 20일까지 1.27% 오르는 데 그쳐 물가상승률인 3%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4월 이후에는 갈수록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의 김혜현 팀장은 “강남지역에 부동산 규제가 집중되고 있고, 경기불황까지 겹쳐 투자 목적으로 강남권 아파트를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실제 가치에 비해 가격이 너무 떨어져 더 이상의 규제가 나오지만 않는다면 이미 바닥세에 도달한 ‘알짜’ 재건축 아파트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판교는 원가연동제 적용돼 시세보다 낮아=판교 신도시는 교육, 교통 등 여러 면에서 강남을 대체할 주택지역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 왔다. 대표적인 신도시인 분당보다 오히려 서울 접근성이 좋고, 녹지비율도 높아 쾌적한 도시로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판교는 내년 상반기 시범단지부터 분양해 2007년부터 입주한다. 총 284만평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다. 모두 2만6900가구가 들어선다.

아파트 규모별로 보면 △전용면적 18평 이하가 9500가구 △18평 초과 25.7평 이하가 1만100가구 △25.7평 초과∼40.8평 이하가 5100가구 △40.8평 초과가 2274가구다.

이 가운데 국민임대주택 6000가구를 제외한 25.7평 이하 1만3600가구에 원가연동제가 적용된다. 원가연동제는 택지비, 건축비와 주택회사의 적정이윤을 감안해 정부가 분양가를 정하는 분양가 규제정책.

부동산 현장 전문가들은 판교의 아파트 분양가는 일반 분양면적을 기준으로 20∼30평형대는 800만원 안팎에서 정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근 분당의 아파트 시세가 평당 1300만원을 넘고 서울 송파구에서는 평당 2000만원을 오르내리는 아파트가 수두룩한 것과 비교하면 판교 분양가는 시세보다 훨씬 낮은 선에서 책정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청약후 당첨되면 그 자리에서 1억∼2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판교 청약 가능성은 ‘로또복권’=올해 7월 말 현재 수도권에서 청약통장 1순위자 가운데 청약부금은 79만7500명, 청약예금은 128만1261명이다.

판교 1단계 분양물량은 5000가구 정도. 이 가운데 지역(성남시)거주자 우선분이 1500가구이며 나머지 3500가구가 수도권 거주자에게 돌아간다. 수도권 청약통장 소지자 207만8761명 가운데 10%만 청약해도 당첨확률은 1.75%, 지역 우선 물량을 제외하면 1.5%다.

최근 부동산 분양시장에서는 청약통장을 가진 사람들이 판교 신도시만 노리는 바람에 분양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판교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면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로또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청약 러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당첨 확률이 대단히 낮은 판교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서울 근교 2기 신도시나 도심의 일반분양 아파트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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