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관으로 설립된 인권위의 이 같은 ‘일탈’은 유감스럽다. 사업자 선정을 외부에 맡겨 공정성을 기했다지만, ‘인권’ 향상을 위해 생겨난 국가기관이 결과적으로 정실에 따라 관련 단체에 혈세를 분배한 셈이기 때문이다.
인권침해 조사와 구제라는 본질적 업무 대신 교육, 홍보 등 전시성 사업에 치중하는 것도 문제다. 인권위의 핵심 임무라고 할 인권 실태 파악을 외부 용역에 의존하고, 인권상담센터에는 인력 배정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당 5만원의 비정규직 상담원을 두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직원 상당수가 해외출장까지 다니면서 왜 직접 현장에 나가 실태 파악은 하지 않는가.
자금을 지원한 시민단체의 선정기준도 모호했다. 재정 어려움이 없는 환경운동연합 등의 교육연수나, 노근리대책위 등 시민단체라고 보기 어려운 단체의 백일장에까지 돈을 준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 병역거부권을 강조하는 단체가 교육용 다큐멘터리 만드는 데도 1300만원이나 주었다니 인권위는 병역거부를 지원하는 것인가.
시민단체가 인권위의 자금을 지원받는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의 모임에서 국가의 돈을 받는다면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그럴 바에야 ‘친정부단체’라고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진정한 시민운동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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