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기원을 탐색했다면 이 책은 인간의 두뇌를 사로잡은 사념의 역사를 추적한다. 스페인계 영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순전히 인간의 머릿속에서 탄생했지만 엄청난 결과를 야기한 178가지 아이디어의 계보학을 펼친다. 그 탐험의 나침반과 지팡이는 고고학과 과학, 그리고 역사적 상상력이다.
고고학과 역사학, 과학의 결합으로 이뤄진 이 탐험은 상식이란 이름의 편견에 대한 도전이다. 5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식인문화는 굶주림이나 복수와 같은 원초적 본능의 산물이 아니라 고차원적 종교 의식(儀式)의 산물이다. 평등의 개념은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원시공산사회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신화적 상상의 결과물이다.
이 책의 장점은 탈서구적 시각이다. 보편적 사랑의 기원을 중국의 묵자에서 찾는다든가, 관찰과 실험이라는 과학적 사고의 기원을 도교에서 찾는 것 등이 그렇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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