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럼즈펠드 장관이 그 뉴스의 영향만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결정했을 리 없다. 한국 사회의 반미(反美) 감정은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동두천 여중생 사망사고 이후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이 같은 반미 기류에 대한 우려가 럼즈펠드 장관의 판단에 전제가 돼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국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예는 또 있다. “미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공화당 보수파뿐 아니라 민주당에까지 번져 있다”고 밝힌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의 최근 발언이 그것이다. 양국관계에 대해 덕담(德談)을 하는 게 상례인 신임 대사까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 한미관계는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설계해가는 데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다. 두 나라 사이에 감정적 괴리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은 곧 한국의 안보와 발전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장 주한미군 감축으로 발생할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 않은가.
이젠 정말 정부와 국민 모두 냉정하게 현실을 봐야 한다. 그동안 반미감정을 부추겨 온 일부 시민단체는 무책임한 선동을 자제해야 한다. 정부도 말로만 “한미관계에 이상 없다”고 반복하지 말고 국민이 정말로 믿을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한미관계에 진짜 위기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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