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품질 향상을 위한 병원 평가라면 당연히 의료기술과 의료진 등 의료서비스 핵심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질환별 환자의 생존율과 사망률 등도 공개돼야 의료소비자가 병원을 선택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의료기술과 의료진 등을 평가하는 ‘임상지표’를 개발해 병원측이 상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주요 질환의 생존율과 사망률은 필수평가항목이다.
복지부는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우선하다 보니 의료서비스 평가가 소홀해졌다고 밝혔다. 납득되지 않는 설명이다. 이미 6차례나 시험평가를 했으면서도 의료 품질을 평가하는 틀을 개발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복지부의 안일함과 의료기관별 실력차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병원측의 이기심이 야합한 것은 아닌가.
이런 식의 병원 평가가 공개되면 의료서비스의 질보다 시설 좋은 병원에 환자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의료소비자를 오도하는 일이며 자칫 환자의 생명에 위험을 가져올 수도 있다. 각 병원이 의료 투자에 쓸 돈을 엉뚱한 시설공사에 씀으로써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이제라도 복지부는 병원 평가를 왜 하는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한건주의 식 ‘평가를 위한 평가’를 위해 세금을 낭비해선 안 될 일이다. 의료 품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평가를 하든지, 아니면 평가 작업을 취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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