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도 이전용 ‘수도권 발전전략’인가

  • 입력 2004년 8월 31일 18시 32분


수도권에 첨단업종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정책은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인적 자원과 인프라가 갖추어진 수도권의 경쟁력을 활용해 장기 침체의 조짐이 보이는 한국경제를 다시 살리는 견인차로 삼아야 한다.

수도권에는 IT산업 육성에 필요한 고급인력이 풍부해 공장 신설이 허용되면 첨단산업 분야에서 수십조원의 국내외 투자가 예상된다. 경직된 공장총량제 때문에 외국인투자를 가로막고 산업공동화(空洞化)를 가속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첨단업종 공장의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는 경제계의 숙원이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수도권 발전전략에는 수도 이전에 따른 수도권 주민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수도는 옮겨가지만 수도권은 경제의 중심지로 유지시킨다는 믿음을 주기 위한 것이다.

수도 이전과 같은 불확실한 정책을 전제로 한 발전전략이 얼마나 수도권 주민을 안심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쿄,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권과 경쟁해야 할 수도권 발전계획이 불만 무마용이나 선심용으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수도 이전은 임기 3년반 남은 정부가 완결 지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국민적 합의가 덜 돼 있어 현재로서는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현 정부가 수도 이전의 첫 삽을 뜬다 하더라도 국민적 합의 없이는 사업의 연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수도 이전을 전제로 수도권 발전전략을 세워선 안 되는 이유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수도권에 소재한 공공기관이 거의 다 지방으로 빠져나간다. 수도권 268개 공공기관 가운데 29개 정부소속 기관은 신행정수도로 이전하고 180∼200개 기관을 전국 11개 시도에 세워질 혁신도시에 나누어 준다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해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지방 분산은 필요하지만 수도권의 경쟁력 유지 및 2000만 주민의 편의와 관련된 기관은 남겨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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