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딴 금메달은 몇 개인가? 대부분 자신 있게 9개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총 메달 수는? 주저할지 모르겠다. 정답은 30개다. 은메달 12개, 동메달 9개를 더한 숫자다.
올림픽 금메달은 소중하다. 하지만 은메달과 동메달도 결코 그에 못지않다. 세계 200여 개 나라가 모인 대회에서 2, 3위를 한다는 게 얼마나 장한 일인가.
그런데도 사실 우리는 너무 금메달에만 갈채를 보냈고 이 바람에 은메달 동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은·동메달이 확정됐는데도 마치 조국에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한 선수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이제부터 세 종류의 메달을 모두 합해서 집계하고, 나라별 종합 순위도 이를 토대로 산정하는 것이다. 9개보다 30개는 얼마나 많고 마음도 풍요로워지는가. 실제로 일부 선진국에선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 덧셈은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거나,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모두 인생사에서 덧셈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특히 어느 곳보다 덧셈이 필요한 곳이 정치 분야다. 덧셈의 정치적 의미는 통합과 상생이다. 정치지도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선택한 사람은 더욱 따르게 하고, 반대했던 사람은 이해와 설득을 통해 다가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은 이와는 거꾸로만 가고 있는 것 같다. ‘노 후보’에 표를 안 던진 사람은 이미 저 멀리 가버렸고, 표를 찍었던 사람도 점점 등을 돌리고 있다. 20%대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이 이를 반영한다. 이렇게 가다간 10%대로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코드가 맞는 사람만 챙기고 뜻을 달리하는 사람은 내쳐버리는 편 가르기 정치가 상황을 이처럼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여권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과거사 규명작업만 해도 그렇다. 어떤 명분을 붙여도 현재의 정치적 잣대로 과거를 규명해 결국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려는 전형적인 뺄셈정치가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오늘 17대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과거사 규명, 국가보안법 개폐, 언론관련 입법 등 여야가 부닥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그들이 서로 나뉘어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궤변이 쏟아지고, 세상을 시끄럽게 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체념하고 살아야 하나.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를 당별로 보면 열린우리당 151명, 한나라당 121명, 비교섭단체 27명이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이들을 서로 다른 칸막이에 집어넣고 따로따로 분류한다. 하지만 금·은·동메달을 합하듯 칸막이를 트고 덧셈을 하면 299석이나 된다. 이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힘을 합하는 모습을 자주 보고 싶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지향점은 늘 통합이어야 한다. 정치의 본질이 갈등이라지만 통합이 없이는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 참으로 덧셈이 그리운 가을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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