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유출’ ‘탈(脫)한국 러시’라는 단어가 귀에 익은 지 오래다. 한국은 이제 ‘탈출해야 하는’, ‘떠나야 하는’ 나라가 돼버린 걸까?
90년부터 최근까지의 미국 캐나다 호주의 이민 자료를 분석한 본보 31일자 ‘이민가는 사람들’ 기사는 “누가, 왜 이 땅을 떠나는 것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자신이 태어나 자란 나라, 언제 어디서든 편안하게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를 떠난 이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핵심 경제연령층인 30, 40대, 그것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전문직이 외환위기 이후 최근 10년간의 이민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흥미로운 것은 한국 출신 이민자들이 현지에서 ‘경쟁력 있는 집단’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민학자인 명지대 박화서 교수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길러낸 인재들을 그들이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한창 일할 나이의 청장년 가장들이 고국을 등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안타까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민이 생활고나 혼란스러운 사회상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국제화시대에 인재들이 더 이상 ‘국경’이나 ‘뿌리’에 연연해하지 않는 분위기에도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도 국내의 인력을 붙잡아둘 수 있는 정책과 함께 외국의 고급 인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건설적인 이민정책을 마련하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엔지니어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캐나다나 호주로 향하는 이유는 이들 사회가 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우대하고, 또 능력에 따라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과정에서도 이들 선진국이 자국에 필요한 인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이민정책을 시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이 ‘떠나야 할 나라’가 아니라 ‘오고 싶은 나라’로 거듭나려면 우리 스스로 고급 인력이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전지원 사회부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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