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은 우리 근대문학이 세계사와 마주치던 바로 그때에 결성됐다.
러시아혁명 이후 사회주의의 기운이 움트던 1920년대, 마르크시즘은 우리에게 ‘낯선 신(神)’이었으나 유행이었고 시대정신이었다.
그러한 때에 신(新)문학운동의 물줄기를 ‘왼쪽’으로 튼 인물이 팔봉 김기진이다.
그는 신경향파 문학을 조직했다. 1922년 토월회를, 이듬해에 회월 박영희와 함께 ‘파스큘라’를 만들었고 그 이태 뒤에는 카프를 출범시켰다.
예술성을 중시했던 그가 계급성을 강조하는 박영희와 벌였던 ‘내용과 형식 논쟁’은 1927년 9월 카프의 ‘제1차 방향전환’으로 이어진다.
1930년대 중반 카프는 붕괴되고 우리 문학은 일제의 총동원체제에 강제 징집되기에 이른다. 이때 우리 문학은 ‘친일문학’으로 덧칠되면서 한국문학의 원죄(原罪)를 쌓았다. 팔봉도 회월도 예외가 아니었다.
‘팔봉비평문학상’을 고사했던 최원식 교수(인하대).
“이 시기의 친일문학은 본격적인 탐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폭로하고 고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고 용서하기 위해서 이 불행한 역사를 아프게 포용해야 한다!”
우리의 근대문학사는 일제강점과 분단으로 두 번의 단절을 경험했다. 특히나 해방 공간에서 월북한 문인들의 ‘공백’은 한국문학사의 고뇌(苦惱)로 남았다. 월북 문인들은 거개가 숙청되거나 거세됐지만 남에서도 똑같이 버림받는다.
우리 문학사 연구사상 처음으로 광복 이전 카프의 실체를 정리했던 김윤식 명예교수(서울대).
카프에서 우리 근대문학의 ‘얼굴’을 보았던 그는 유신 시절에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를 펴냈다.
김 교수는 두 갈래로 흐르는 아마존강의 얘기를 들려준다.
우기에 따라 한쪽에선 홍수물이, 다른 쪽에선 맑은 물이 흘러드는 아마존강. 두 물줄기는 섞이지 않고 멀리까지 나란히 흘러 마침내 바다에 든다고 한다.
바다에 이를 때까지 ‘동행(同行)’을 이끄는 힘은 합수(合水)의 전망이다. 희망이다.
“일체의 이론은 회색이며 생명의 황금나무만이 초록빛”(괴테 ‘파우스트’)이라고 했던가.
김 교수는 당부한다. “회색의 세계에 빠져 ‘눈먼 두더지’가 되지 않기를!”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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